챗 GPT가 등장한지 불과 3년반 만에 세상은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빠르게 변했다. 필자는 2000년 패션 플러스(Fashionplus) 런칭 당시 MD로 일했는데, 그때는 메뉴를 하나씩 클릭하며 상품을 천천히 둘러보던 시대였다. "메뉴 단계는 3단계(브랜드>의류>재킷)보다 2단계(브랜드>재킷)가 더 편리하다". 지금 보면 사소한 주제로도 진지한 컨설팅을 받곤 했다. 이후 웹진(Webzine)과 커뮤니티 시대를 거치며 브랜드는 콘텐츠와 사용자 경험을 통해 신뢰를 쌓았고, 검색 시대가 열리자 소비자는 메뉴 탐색 대신 검색 창에 키워드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브랜드 역시 검색 상위 노출을 위해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에 집중했다.
이제 생성형 AI 시대와 함께 소비자 여정은 다시 한번 바뀌고 있다. 패션 업계에서 이 변화는 특히 극적이다. 소비자는 "이번 시즌 러닝화 추천해줘", "고프코어 브랜드 알려줘", "베트남 여행할때 입기 좋은 옷 추천해줘", "뱃살 커버되는 블라우스 알려줘" 처럼 아주 구체적인 상황을 질문한다. 결국 AI가 어떤 브랜드를 추천하느냐가 구매를 좌우하게 되는 시대, 즉 'AI의 답변 안에 내 브랜드가 등장하느냐'가 경쟁력이 된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검색 엔진 최적화(SEO)를 넘어 생성형 AI가 브랜드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전략이 바로 GEO (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생성형 엔진 최적화)이다.
그렇다면 패션 온라인 몰을 AI 친화적 사이트로 바꾸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우선 robots.txt에서 AI 크롤러의 접근을 허용하고 AI가 읽어갈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llm.txt 에는 브랜드 정체성, 신상품 주소, FAQ, 사이즈 정보 등을 담는다. 또한, 상품 정보는 schema.org 형식으로 구조화해야 한다. 단순히 SKU와 가격뿐 아니라 Look, TPO(Time, Place, Occasion), 체형 정보, 취향(스타일 무드), 계절감, 소재 기능성까지 AI가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정리해야 한다. 표준 속성이 궁금하다면, Google Merchant Center의 Attribute 정보를 참고해 DB에 반영하고 HTML에 삽입하면 된다. 결국 핵심은 데이터 설계이다.
이 과정은 생성형 AI 인프라를 활용해 자동화할 수 있다. 범용 LLM (Foundation Model) 위에 기업이 보유한 비정형 데이터를 학습시키면 브랜드 맞춤형 모델(Customized model)을 구축할 수 있다. 여기에 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에이전트가 DB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검색해 브랜드에 맞는 상품 상세 페이지를 생성하고, AI 크롤러가 즉시 파싱할 수 있는 구조화 데이터로 변환해 웹페이지에 반영한다.
예를 들어, "여리여리한 핏의 휴양지 원피스"를 찾는 고객의 요청이 들어왔다고 가정해 보자. RAG 에이전트는 DB에서 속성값을 가져와 '소재: 린넨', 'TPO: 트래블 웨어', '실루엣: H라인', '핏: 루즈핏' 과 같은 정보를 schema.org에 자동 입력하고, 고객이 읽을 상품의 상세 페이지 콘텐츠까지 함께 생성한다. 이처럼 잘 설계된 DB와 맞춤형 모델은 웹사이트 콘텐츠 생산과 AI 친화적인 상품정보 구성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나아가 수십만 개의 상품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은 브랜드에 맞는 상품 상세페이지를 자동생성하고, 핵심 키워드가 AI 답변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도록 문구까지 최적화할 수 있다.
결국 미래의 쇼핑몰은 단순한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아니라, AI가 먼저 읽고 이해하며 추천하는 AI 친화형 웹사이트가 되어야 한다.
결국 AI 시대 브랜딩은 더이상 화려한 이미지나 감성적인 카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핵심은 AI 가 이해할 수 있는 잘 정리된 '데이터'의 종류와 품질에 달려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데이터와 속성값으로 구조화하고, AI가 읽기 쉬운 형태로 웹사이트에 담아야 한다. 앞으로는 고객보다 먼저 AI가 브랜드를 이해하고 추천하는 시대가 열린다. 우리 브랜드가 AI의 답변 속에 등장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데이터를 점검해야 한다. 준비된 데이터만이 AI 시대 브랜드 경쟁력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